데이터 전쟁의 서막
제32화
발행일: 2025년 06월 14일
페이스북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 전략은 광고 시장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었다. 광고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구글의 검색 데이터와 페이스북의 소셜 데이터는 각기 다른 강점을 가졌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그들은 양쪽 모두에 광고비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두 플랫폼 중 어디가 더 효과적인가?”
이 질문은 곧 두 거대 기업의 자존심이 걸린 ‘데이터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전쟁의 첫 번째 전장은 ‘기여도 측정(Attribution)’ 분야에서 시작되었다.
팀 회의실. 데이비드는 광고주들이 겪고 있는 새로운 골칫거리를 설명했다.
“한 명의 사용자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사용자는 오전에 구글에서 ‘최신형 카메라’를 검색해서 관련 리뷰를 읽었습니다. 오후에는 페이스북에서 카메라 전문 페이지의 광고를 보고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결국 카메라 쇼핑몰에 직접 방문해서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사용자의 여정을 그렸다.
구글 검색
-> 페이스북 광고
-> 직접 방문 후 구매
“자, 여기서 문제입니다. 이 구매는 누구의 공로일까요? 구글 검색 광고의 기여도입니까, 아니면 페이스북 광고의 기여도입니까?”
알렉스는 즉시 문제의 핵심을 파악했다.
“두 플랫폼 모두 자신의 공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구글 시스템은 ‘사용자가 우리 광고를 보고 구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기록할 것이고, 페이스북 시스템 역시 ‘우리 광고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기록하겠죠. 광고주 입장에서는 1건의 구매가 2건의 성과로 중복 계산될 수 있습니다.”
“정확해.” 데이비드가 말했다. “이것이 바로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야. 각자의 정원 안에서 일어난 일만 볼 수 있으니, 사용자의 전체 구매 여정을 통합해서 볼 방법이 없어.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성과를 부풀리게 되지.”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었다. 광고주들의 예산 배분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십억 달러짜리 문제였다. 만약 페이스북의 리포트가 더 좋아 보인다면, 광고주들은 구글에 쓸 예산을 줄여 페이스북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 광고팀은 비상에 걸렸다. 페이스북의 블랙박스에 대항하여, 구글 생태계의 가치를 증명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우리의 무기는 ‘투명성’과 ‘통합’이 되어야 합니다.” 사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데이터만 보여준다면, 우리는 구글 검색, 유튜브, GDN(구글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그리고 심지어 오프라인 데이터까지, 사용자의 모든 접점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기여도를 측정하는 모델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름하여 ‘구글 어트리뷰션(Google Attribution)’.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명확했다. 사용자가 최종 구매에 이르기까지 거쳐간 모든 광고 채널(검색, 디스플레이, 동영상 등)의 데이터를 추적하고, 각 채널이 구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다양한 모델에 따라 분석해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마지막에 클릭된 광고에 모든 공로를 몰아주는 ‘라스트 클릭(Last-click)’ 모델뿐만 아니라, 첫 번째 접점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는 ‘퍼스트 클릭(First-click)’ 모델, 모든 접점에 동일한 가중치를 두는 ‘리니어(Linear)’ 모델 등, 광고주가 자신의 비즈니스에 맞게 분석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알렉스는 이 어트리뷰션 모델을 개발하는 팀에 합류했다. 그의 역할은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수집된, 제각각인 형식의 로그 데이터를 하나의 표준화된 ‘사용자 여정 데이터’로 정제하고 통합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구글 생태계 전체의 데이터를 관통하는 거대한 혈관을 만드는 일과도 같았다.
그는 코드를 작성하며 생각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성벽을 더 높이 쌓아 올리며 내부의 데이터를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자신들의 영토 안에 있는 모든 길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그 길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목적지에 도달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데이터 전쟁은 시작되었다. 이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데이터를 더 투명하고 설득력 있게 해석하여 광고주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