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맹, 제3자 데이터
제33화
발행일: 2025년 06월 15일
‘구글 어트리뷰션’은 페이스북의 블랙박스 전략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구글은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광고주들의 신뢰를 얻고자 했다. 하지만 전쟁은 구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문제의 본질은 데이터의 ‘성격’에 있었다.
광고주들은 구글의 행동 데이터(검색, 방문 기록)도 유용하지만, 페이스북이 가진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나이, 성별, 결혼 여부)의 직접적인 강력함에 점점 더 매료되고 있었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에게 유아용품을 팔거나, 특정 소득 수준의 가구에 금융 상품을 판매하려는 광고주들에게는 페이스북의 데이터가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구글 DMP는 사용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30대 남성 추정’이라는 세그먼트를 만들었지만,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직접 입력한 프로필을 기반으로 ‘확정된 30대 남성’이라는, 훨씬 더 높은 품질의 정보를 제공했다. 이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광고 효율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데이비드 첸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확도’를 중시하는 광고 예산을 모두 페이스북에 빼앗길 판이었다.
그는 팀 회의에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가 직접 수집할 수 없는 데이터라면, 외부에서 가져와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동맹을 찾아야 한다.”
그의 선언은 팀의 전략 방향을 또 한 번 바꾸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구글은 자신들이 직접 수집한 데이터, 즉 ‘1자 데이터(First-party Data)’만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벽을 허물고 외부의 데이터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였다.
데이비드는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데이터의 원천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제3자 데이터(Third-party Data)’
-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 액시엄(Acxiom), 오라클 데이터 클라우드(Oracle Data Cloud) 등. 이 회사들은 신용카드사, 대형마트 등과 제휴하여, 어떤 사람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무엇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 신용 정보 데이터: 익스페리언(Experian), 에퀴팩스(Equifax) 등.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선에서, 특정 지역이나 그룹의 소득 수준, 주택 소유 여부 등에 대한 통계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 TV 시청 데이터: 닐슨(Nielsen) 등.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어떤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이 제3자 데이터 제공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의 데이터를 우리 DMP에 통합하는 겁니다.”
알렉스는 그 거대한 계획에 압도당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통합이 아니었다. 수많은 법적, 정책적 검토가 필요했고, 각기 다른 회사들이 보유한 데이터의 형식을 표준화하고, 익명화된 사용자 ID를 서로 매칭하는 극도로 복잡한 과정이 수반되는 일이었다.
사라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데이비드, 제3자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사용자들은 구글이 자신들의 오프라인 구매 기록까지 들여다본다고 생각하면 큰 반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이야.” 데이비드가 즉시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의 접근 방식은 훨씬 더 신중해야 해. 우리는 절대로 ‘알렉스 노튼이 A마트에서 기저귀를 샀다’는 식의 원본 데이터를 받지 않을 거야. 대신, 데이터 제공업체가 이미 분석을 끝낸 익명의 세그먼트 정보를 받는 거지. 예를 들어, ‘사용자 ID abc1234는 [영유아 자녀를 둔 가구] 세그먼트에 속함’ 과 같은 형태로 말이야. 그리고 이 모든 데이터 사용에 대해 사용자에게 투명하게 고지하고,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는 명확한 통제권을 제공해야만 해.”
알렉스에게는 이 거대한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의 기술 실사(Technical Due Diligence)를 담당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는 여러 제3자 데이터 제공업체들의 기술 문서를 분석하고, 그들의 데이터가 구글의 엄격한 프라이버시 기준을 충족하는지, 그리고 기술적으로 우리 시스템과 안전하게 연동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했다.
그는 여러 회사의 API 문서를 읽으며, 데이터라는 보이지 않는 상품이 어떻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목격했다. 그것은 마치 여러 국가의 화폐를 하나의 공통된 통화로 환전하는 거대한 외환 시장과도 같았다.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정원 안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을 쓴다면, 구글은 외부의 전문 업체들과 동맹을 맺어 거대한 ‘연합군’을 형성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데이터 전쟁은 이제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졌느냐의 싸움을 넘어, 누가 더 강력한 데이터 동맹을 구축하느냐의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