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된 악수, Programmatic Guaranteed
제41화
발행일: 2025년 06월 19일
PMP(사설 마켓플레이스)는 프리미엄 매체사들의 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해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VIP 경매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광고주들만을 상대로 통제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팀은 시장의 요구에 성공적으로 부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자신들이 문제의 절반만을 풀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런던의 ‘데일리 크로니클’ 기술 총괄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PMP를 처음 도입했을 때의 만족감 대신, 새로운 종류의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데이비드, PMP는 좋은 기술입니다. 덕분에 원치 않는 광고를 걸러낼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우리 재무팀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많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데이비드가 물었다.
“예측 가능성입니다. PMP는 결국 ‘경매’잖소. 우리가 대형 자동차 회사와 딜 ID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 회사의 DSP가 특정 시점에 입찰가를 낮추거나 입찰을 포기하면 그만입니다. 우리는 다음 달 광고 수익이 얼마가 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어요. 여전히 불안정한 거죠. CFO는 제게 ‘과거에 엑셀 파일로 계약하던 시절이 차라리 속 편했다’고까지 말합니다.”
그의 말은 광고팀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삽입 주문서(IO)’ 방식에는, 프로그래밍 방식이 주지 못하는 한 가지 강력한 장점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확정된 물량’과 ‘고정된 가격’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수익’이었다.
데이비드는 이 문제를 팀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우리는 지금 두 세계의 장점을 모두 놓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방식의 효율성을 추구하느라 직접 계약의 안정성을 잃었고, 안정성을 원하는 매체사들은 우리의 시스템을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이 두 세계를 하나로 합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팀은 다시 화이트보드 앞에 모였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삽입 주문서의 ‘보장성’을, 프로그래밍 방식의 ‘자동화’로 구현하라.’
이 고민의 끝에서, 광고 기술의 또 다른 진화가 이루어졌다.
Programmatic Guaranteed (PG, 프로그래밍 방식 보장 거래)
사라가 팀원들에게 이 새로운 개념을 설명했다.
“이것은 경매가 아닙니다. 이것은 자동화된 ‘약속 이행’입니다. PMP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녀는 PG의 작동 방식을 단계별로 설명했다.
- 사전 합의: 매체사와 광고주는 과거 IO 시절처럼, 거래가 시작되기 전에 모든 조건을 확정한다. (예: ‘A 자동차 회사가 12월 한 달간, 우리 웹사이트 스포츠 섹션 상단 배너에, 100만 회 노출을, 1000회 노출당 15달러의 고정 단가로 구매한다.’)
- 시스템 예약: 이 합의 내용은 딜 ID와 함께 우리 시스템에 ‘예약’된다. 이것은 더 이상 ‘입찰 우선권’이 아니라, ‘물량 선점권’이다.
- 자동 이행: 이제, 약속된 조건(스포츠 섹션 방문자)에 맞는 사용자가 나타나면, 시스템은 더 이상 경매를 열지 않는다. 다른 어떤 PMP나 공개 경매보다도 먼저, 이 광고 지면을 A 자동차 회사에 ‘무조건 할당’한다.
- 거래 완료: 시스템은 예약된 100만 회의 노출이 모두 채워질 때까지 이 과정을 자동으로 반복한다.
알렉스는 그 구조를 듣고 감탄했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이 이메일과 전화로 하던 ‘악수’를, 시스템과 시스템이 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이행하는 것과 같았다. 이메일을 보내고, 엑셀을 첨부하고, 광고 소재를 수동으로 업로드하던 모든 비효율적인 과정이 사라지고, 오직 합의의 ‘정신’만이 남아 완벽하게 자동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 PG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광고 서버의 가장 핵심적인 로직을 수정해야 했다.
데이비드는 알렉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렉스, 자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기겠네. 바로 광고 서버의 ‘우선순위 결정 엔진’을 재설계하는 일이야.”
“광고 요청이 하나 들어왔을 때, 우리 시스템은 찰나의 순간에 결정해야 하네. 이 요청에 할당된 PG 거래가 있는가? (1순위). 없다면, 자격 있는 PMP 거래가 있는가? (2순위). 그것도 없다면, 비로소 공개 경매(Open Auction)로 넘겨야 한다 (3순위). 이 모든 판단이 단 몇 밀리초 안에,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이루어져야 해.”
그것은 광고 서버의 ‘뇌’를 새로 디자인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알렉스는 자신의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를 느꼈다. 그는 지금 단순히 코드를 짜는 것이 아니었다.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이 오가는 비즈니스의 가장 핵심적인 약속과 신뢰를, 단 한 줄의 오류도 없는 로직으로 구현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