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트리뷰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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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19일

Programmatic Guaranteed(PG)는 시장에 큰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이제 광고 생태계는 다양한 거래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성숙한 시장으로 발전했다. 공개 경매, 비공개 경매, 그리고 확정된 예약 거래까지. 광고주와 매체사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최적의 거래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시스템이 안정되자, 광고주들의 관심사는 다시 ‘효율’의 문제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질문은 점점 더 집요하고 근본적인 곳을 향했다.

“알겠습니다, 구글. 당신들의 시스템은 훌륭합니다. 그런데, 우리 광고비가 정말로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겁니까?”

이 질문의 핵심에는 ‘어트리뷰션(Attribution, 기여도)’이라는, 광고 업계의 영원한 난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형 화장품 브랜드 ‘엘레강스’의 마케팅 총괄이 데이비드와의 미팅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데이비드, 저희는 지난달에 신제품 립스틱을 출시하며 통합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한 명의 잠재 고객, ‘제인’의 행동을 한번 보시죠.”

그녀는 분석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 월요일: 제인은 출근길에 유튜브에서 뷰티 크리에이터가 소개하는 저희 립스틱 리뷰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동영상 광고 노출)
  • 수요일: 점심시간에 패션 잡지 앱을 보다가, 저희 신제품 배너 광고를 보았습니다. (디스플레이 광고 노출)
  • 금요일: 퇴근 후, 집에서 ‘엘레강스 립스틱’이라고 직접 검색하여 저희 공식 쇼핑몰에 들어왔습니다. (검색 광고 클릭)
  • 토요일: 마침내 제인은 쇼핑몰에서 해당 립스틱을 구매했습니다.

“자, 이 구매의 공로는 누구에게 있습니까? 저희 내부에서는 부서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영상팀은 자신들의 영상이 구매의 씨앗을 심었다고 주장하고, 디스플레이팀은 자신들의 배너가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상기시켰다고 말합니다. 검색팀은 사용자가 마지막에 자신들의 광고를 클릭했으니 모든 공로는 자신들의 것이라고 하죠.”

그것은 ‘데이터 전쟁’의 또 다른 형태였다. 이번에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싸움이 아니라, 광고주 내부의 각 마케팅 채널 간의 성과 다툼이었다.

그녀는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지금까지 업계의 관행은 ‘라스트 클릭(Last Click)’ 모델이었습니다. 구매 직전에 마지막으로 클릭된 광고에 모든 기여도를 100% 몰아주는 방식이죠. 이 경우, 저희 검색팀이 모든 성과를 가져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합리적일까요? 만약 유튜브 영상이나 배너 광고가 없었다면, 제인이 과연 우리 제품을 검색이나 했을까요?”

그녀의 질문에 데이비드는 대답할 수 없었다. 라스트 클릭 모델은 단순하고 측정하기 쉽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업계 표준처럼 사용되었지만, 그것이 사용자의 복잡한 구매 결심 과정을 얼마나 왜곡하는지는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이 문제가 구글의 어트리뷰션 제품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켜야 할 시점임을 깨달았다. 그는 알렉스가 속한 어트리뷰션 팀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라스트 클릭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우리는 광고주에게 사용자의 전체 구매 여정을 보여주고, 각 접점(Touchpoint)의 기여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다중 터치 어트리뷰션(Multi-Touch Attribution)’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복잡한 도전이었다.

  1. 크로스 채널 데이터 통합: 검색, 디스플레이, 유튜브 등 각기 다른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로그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된 사용자 여정’으로 엮어내야 했다. 쿠키, ADID, 로그인 ID 등 파편화된 식별자를 정교하게 연결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2. 다양한 어트리뷰션 모델 개발: 라스트 클릭 외에도, 첫 번째 접점에 가중치를 두는 ‘퍼스트 클릭’, 모든 접점에 균등하게 배분하는 ‘리니어’, 시간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하는 ‘타임 디케이(Time Decay)’, 그리고 사용자의 실제 데이터 패턴을 기반으로 기여도를 계산하는 ‘데이터 기반(Data-Driven)’ 모델까지, 다양한 분석 모델을 개발하고 제공해야 했다.

알렉스는 특히 가장 진보된 형태인 ‘데이터 기반 어트리뷰션’ 모델의 알고리즘 설계에 참여했다. 그것은 수백만 건의 구매/비구매 사용자 여정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하여, 어떤 광고 채널의 조합이 실제로 구매 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통계적으로 찾아내는 작업이었다.

그는 코드를 작성하며, 자신들이 단순히 성과를 측정하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들은 광고주들이 더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나침반’을 만들고 있었다. 어떤 채널에 예산을 더 투입하고, 어떤 채널의 비중을 줄여야 할지에 대한 데이터 기반의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마케팅의 비효율을 줄이고 성장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터였다.

어트리뷰션 전쟁은 이제 누가 마지막 깃발을 꽂았느냐의 싸움이 아니었다. 승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발자국을 정밀하게 복기하고, 각 걸음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고도의 지능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