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팀 리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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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20일

‘반응형 광고’의 성공적인 출시는 알렉스의 경력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그는 단순히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를 넘어, 복잡한 시스템의 성과를 분석하고 비즈니스적 가치를 증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이름은 광고팀뿐만 아니라, 상위 리더십에게도 깊이 각인되었다.

어느 날 오후, 데이비드 첸이 알렉스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사무실에는 데이비드뿐만 아니라, 광고 사업 부문 전체를 총괄하는 부사장, 마리아 해먼드도 함께 있었다. 알렉스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마리아는 따뜻한 미소로 그를 맞았다.
“알렉스, 앉아요. 당신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다이내믹 리타겟팅의 A/B 테스트 분석 보고서는 아주 인상 깊었어요. 복잡한 데이터를 명확한 스토리로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더군요.”

데이비드가 본론을 꺼냈다.
“알렉스, 우리가 이룬 모든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변하고 있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해. 그래서 우리는 ‘차세대 광고 플랫폼 팀(Next-Gen Ad Platform Team)’을 신설하기로 결정했어.”

“이 팀의 목표는 명확하네. 기존 시스템의 유지보수가 아니라, 3년, 5년 뒤의 광고 시장을 지배할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연구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지. AI, 프라이버시, 새로운 디바이스 환경 등, 우리가 마주할 모든 미래의 도전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팀이야.”

알렉스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구글 광고팀의 미래를 책임지는, 최정예 특수부대와도 같은 팀이었다.

데이비드는 잠시 알렉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자네가 그 팀의 ‘기술 리드(Tech Lead)’를 맡아주었으면 하네.”

기술 리드.

그 단어의 무게에 알렉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은 단순히 코드를 잘 짜는 시니어 엔지니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팀의 기술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아키텍처를 설계하며, 다른 팀원들의 코드를 리뷰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명실상부한 리더의 자리였다.

“제가… 자격이 될까요? 저는 아직 경험이…”

알렉스가 머뭇거리자, 마리아 부사장이 부드럽게 말을 받았다.
“알렉스, 리더십은 경력의 길이로만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이 지난 몇 년간 보여준 문제 해결 능력과 통찰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당신은 항상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봤고, 기술의 세부 사항과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연결할 줄 알았죠. 그게 바로 우리가 이 팀의 리더에게 바라는 자질입니다.”

데이비드가 덧붙였다.
“자네는 이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코딩하는 시간보다, 다른 팀원들이 최고의 코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거야. 자네의 성공은 이제 자네 혼자만의 성공이 아니라, 팀 전체의 성공이 되는 거지. 쉽지 않은 역할이겠지만, 자네라면 잘 해낼 거라고 믿네.”

그날 저녁, 알렉스는 텅 빈 사무실에 남아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처음 입사하여 ‘삽입 주문서’를 보고 경악하던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 Latency와의 사투 속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아내고, DMP와 리타겟팅, 어트리뷰션, 그리고 AI 광고에 이르기까지, 광고 기술의 모든 격변의 한가운데를 통과해왔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이 동경하던 사라나 데이비드처럼, 다른 누군가를 이끌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는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를 느꼈다. 하지만 그 무게감은 그를 짓누르기보다, 오히려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단단한 동력이 되었다. 그는 자신에게 처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던 멘토, 사라를 떠올렸다. ‘우리는 인터넷의 혈액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제 그는 그 혈액이 미래에도 막힘없이, 더 건강하게 흐를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의 새로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