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쿠키의 종말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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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22일

팀은 CTV와 DOOH라는 새로운 미개척지를 탐험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광고 기술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발밑, 그들이 수년간 단단하다고 믿었던 대륙 전체가 무너져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건은 구글 내부의 다른 팀, 바로 ‘크롬(Chrome) 브라우저팀’에서 시작되었다.

GDPR 이후에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점 더 거세졌다. 특히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제3자 쿠키(Third-party Cookie)’를 이용한 사용자 추적 기술은 비판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애플의 사파리(Safari)나 모질라의 파이어폭스(Firefox) 같은 경쟁 브라우저들은 이미 제3자 쿠키를 차단하는 기능을 도입하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자신들의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크롬 브라우저 역시 더 이상 이 흐름을 외면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오후, 알렉스의 팀을 포함한 광고 사업 부문 전체에 충격적인 공지가 전달되었다. 그것은 크롬팀이 자사의 공식 블로그에 게시할 예정인 발표문의 초안이었다.

알렉스는 그 초안의 첫 문장을 읽고, 심장이 멈추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향후 2년 내에, 크롬 브라우저는 제3자 쿠키에 대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입니다.”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스크린에 떠 있는 문장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제3자 쿠키의 지원 중단.

그것은 단순한 기술적 변경이 아니었다. 지난 10여 년간 프로그래머틱 광고 생태계를 지탱해 온 가장 핵심적인 기둥을, 구글 스스로가 무너뜨리겠다는 선언이었다.

사라가 침묵을 깨고 거의 신음과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이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의 끝입니다.”

그녀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 리타겟팅: 사용자가 A 사이트에서 본 상품을 B 사이트에서 다시 보여주는 기술의 근간이 사라진다. 크리테오 같은 회사는 물론, 구글의 다이내믹 리타겟팅 역시 작동 불능에 빠진다.
  • DMP: 서로 다른 웹사이트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하여 ‘자동차 애호가’ 같은 세그먼트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DMP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 어트리뷰션: 사용자가 여러 사이트를 거쳐 구매에 이르는 여정을 추적할 수 없게 된다. ‘라스트 클릭’ 모델조차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지며, 다중 터치 어트리뷰션은 불가능해진다.
  • 빈도 제어(Frequency Capping): 한 사용자에게 동일한 광고를 너무 많이 보여주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능 역시 불가능해진다. 사용자들은 똑같은 광고를 반복적으로 보며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거의 모든 지능적인 광고 기술이 제3자 쿠키라는 하나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기반이 통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 주니어 엔지니어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 우리 스스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 이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데이비드가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건 우리가 원해서 내리는 결정이 아니야.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지. 우리가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정부의 더 강력한 규제나 사용자들의 외면으로 인해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거야. 이건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수술과도 같아.”

알렉스는 거대한 혼란에 휩싸였다. 그가 리더를 맡은 ‘차세대 광고 플랫폼 팀’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팀이었지만, 그 누구도 이런 형태의 ‘미래’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그들이 의존해왔던 모든 기술의 이름을 적었다. DMP, 리타겟팅, 어트리뷰션… 그리고 그 모든 단어 위에 거대한 X표를 그었다.

텅 빈 화이트보드만이 남았다.

이제 그들은 이 백지 위에서, 쿠키가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인터넷을 가정하고, 광고의 미래를 원점부터 다시 그려야만 했다.

프로그래머틱 광고의 역사는 새로운 빙하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