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아포칼립스
제48화
발행일: 2025년 06월 22일
구글의 발표는 인터넷 광고 업계 전체에 핵폭탄급 충격을 안겼다. 업계 전문 매체들은 연일 ‘쿠키 아포칼립스(Cookie Apocalypse)’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광고 기술 회사들의 주가는 폭락했고, 광고주와 에이전시들은 패닉에 빠져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알렉스가 이끄는 ‘차세대 광고 플랫폼 팀’은 이 거대한 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들의 임무는 이제 막연한 미래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닥친 ‘쿠키 없는 미래(Cookieless Future)’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그들은 마치 잘 닦인 고속도로 위를 달리다, 갑자기 길이 끊긴 절벽 앞에 멈춰 선 운전자들과 같았다.
첫 번째 회의. 팀원들은 저마다의 절망적인 예측을 쏟아냈다.
“리타겟팅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들은 모두 파산할 겁니다. 우리 사업 모델도 엄청난 타격을 입겠죠.”
“DMP는 이제 끝났습니다. 우리가 수년간 쌓아온 사용자 세그먼트 데이터는 웹 환경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광고 단가는 폭락할 겁니다. 타겟팅이 불가능해지면, 광고는 다시 과거의 ‘묻지 마’ 방식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매체사들의 수익은 반 토막 날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만을 이야기할 때, 알렉스는 화이트보드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좋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살아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쿠키가 없어져도, 여전히 작동하는 것은 무엇이죠?”
그의 질문에 팀원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라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1자 데이터(First-party Data)는 살아남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자사 웹사이트에 로그인한 사용자의 행동을 추적하는 것은 제3자 쿠키가 아니라 1자 쿠키를 이용합니다. 그건 차단되지 않죠.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사이트의 로그인 사용자 A가 스포츠 기사를 5개 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엔지니어가 덧붙였다.
“컨텍스트 타겟팅(Contextual Targeting)도 살아남습니다. 사용자를 추적하는 대신, 페이지의 콘텐츠 자체를 분석해서 광고를 매칭하는 방식이니까요. ‘자동차 리뷰 기사에는 자동차 광고를 보여준다’는 건 쿠키와 상관없죠.”
또 다른 의견이 나왔다.
“모바일 앱 환경은 이미 쿠키 없이 ADID와 IDFA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강화로 이 역시 흔들리고 있지만, 웹만큼 치명타는 아닐 수 있습니다.”
알렉스는 그들의 의견을 화이트보드에 정리했다.
[살아남는 것들]
- 매체사/광고주 자체의 1자 데이터
- 콘텐츠 기반의 컨텍스트 타겟팅
- 모바일 앱 생태계 (불확실성 존재)
“보십시오.” 알렉스가 말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몇 개의 교두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임무는 이 살아남은 기술들을 기반으로, 무너진 것들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의 말은 절망에 빠져 있던 팀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그들은 더 이상 절벽 앞에 멈춰 선 것이 아니었다. 절벽 너머로 건너갈 새로운 다리를 설계해야 하는 건축가들이었다.
데이비드는 알렉스의 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자네 팀은 이제 구글 광고의 미래를 위한 ‘솔루션 탐사팀’이다. 기존의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말고, 가장 대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게. 실패는 얼마든지 해도 좋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성공적인 돌파구다.”
팀은 여러 개의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탐사를 시작했다.
- 어떤 그룹은 개인을 식별하지 않으면서도 관심사 기반 타겟팅을 가능하게 할 암호학적인 기술을 연구했다.
- 어떤 그룹은 AI를 이용해 컨텍스트 타겟팅의 정확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모델을 개발했다.
- 알렉스가 속한 그룹은, 여러 기업들이 각자의 1자 데이터를 서로에게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결합하여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협업 플랫폼의 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쿠키 아포칼립스는 모든 것을 파괴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백지상태로 되돌렸다. 이제 누가 이 백지 위에 가장 먼저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느냐에 따라, 포스트-쿠키 시대의 패권이 결정될 터였다.
알렉스와 그의 팀은 그 거대한 생존 게임의 최전선에서, 인류가 불을 처음 발견한 원시인처럼, 어둠 속에서 새로운 빛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독한 탐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