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을 찾아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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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23일

쿠키 없는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은 안갯속을 걷는 것과 같았다. 알렉스의 팀을 포함한 업계 전체가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지만,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와 ‘효과적인 광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완벽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구글의 크롬팀이 마침내 자신들의 대안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것은 단 하나의 기술이 아닌, 여러 기술들의 집합체였다. 그들은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 그대로,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모래상자(Sandbox)’처럼 안전한 브라우저 내부에 보호하면서, 광고주들은 제한된 방식으로나마 광고를 집행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이었다.

알렉스의 팀은 누구보다 먼저 이 새로운 기술들의 명세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극도로 복잡하고 생소했다. 마치 익숙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완전히 새로운 외계의 언어를 배우는 기분이었다.

사라가 팀 회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기술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Topics API’입니다. 이것은 기존의 DMP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그녀는 작동 방식을 설명했다.
“이 방식에서는 더 이상 개별 사용자의 상세한 방문 기록을 서버로 보내지 않습니다. 대신, 사용자의 크롬 브라우저 자체가 사용자의 최근 웹 서핑 기록을 ‘브라우저 내부에서만’ 분석합니다. 그리고 사용자의 관심사를 ‘자동차’, ‘스포츠’, ‘요리’ 같은 몇 가지 광범위한 주제(Topic)로 분류하죠.”

“그리고 광고 경매가 일어날 때, 브라우저는 이 사용자의 구체적인 ID 대신, ‘이 사용자는 최근 자동차와 스포츠 주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라는 주제 정보만을 광고 시스템에 전달합니다. 개인을 추적하는 대신, 익명의 관심사 그룹에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죠.”

알렉스는 그 개념의 영리함에 감탄했다. 이것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브라우저라는 안전한 금고 안에 보관하면서, 광고주에게는 최소한의 타겟팅 단서만을 제공하는 절묘한 타협안이었다.

“두 번째는 ‘FLEDGE API’입니다. 이것은 리타겟팅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이것은 Topics API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사용자가 신발 쇼핑몰에 방문하면, 쇼핑몰은 브라우저에게 ‘이 사용자를 [신발 구매 관심 그룹]에 포함시켜라’고 요청합니다. 이 그룹 정보 역시 브라우저 내부에만 저장됩니다. 서버는 알 수 없죠.”

“이후, 사용자가 뉴스 사이트에 방문하면, 경매가 두 번 일어납니다. 첫 번째는 서버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광고 경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경매가 바로 사용자의 브라우저 내부에서, 오프라인으로 일어납니다. 브라우저는 자신이 속한 ‘신발 구매 관심 그룹’에 광고를 할 의향이 있는 광고주들의 목록을 미리 받아두었다가, 이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소규모 경매를 진행하는 거죠.”

“만약 이 브라우저 내부 경매에서 낙찰된 광고가 있다면, 그 광고가 서버 경매의 낙찰자를 이기고 최종적으로 화면에 노출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뉴스 사이트나 구글 서버는 이 사용자가 ‘신발 구매 관심 그룹’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팀원들은 그 복잡한 설명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광고 시스템의 일부를 브라우저 안으로 옮겨온 것이나 마찬가지군요.”

“맞습니다.” 사라가 말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핵심 철학은,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는 대신, 광고 로직의 일부를 데이터가 있는 곳, 즉 사용자 브라우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코드가 움직이는 거죠.”

알렉스와 그의 팀의 임무는 명확해졌다. 이 생소하고 복잡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API들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구글의 거대한 광고 시스템 전체를 수정하고 연동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알렉스는 특히 FLEDGE의 브라우저 내부 경매 로직을 구글의 DSP 및 SSP와 어떻게 연동시킬 것인지에 대한 기술 설계를 맡았다. 그는 마치 두 개의 다른 국가에서 온,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교관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시스템을 설계하며 깨달았다. 쿠키의 종말은 광고 기술의 종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중앙 서버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었던 시대를 끝내고, 브라우저와 서버가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분산형 아키텍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수많은 논쟁과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구글이 ‘쿠키 없는 미래’를 향해 내디딘, 가장 구체적이고 담대한 첫걸음이었다. 알렉스와 그의 팀은 그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선봉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