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ID 솔루션의 도전
제50화
발행일: 2025년 06월 23일
구글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거대한 청사진을 발표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편에서는 쿠키 없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환영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깊은 의구심과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구글과 경쟁하던 다른 광고 기술 회사들, 독립적인 DSP와 SSP, 그리고 데이터 회사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들의 주장은 명확했다.
“결국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도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안에서, 구글이 정한 규칙대로 움직이는 기술이다. 이것은 구글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웹 전체로 확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우리는 구글이라는 단 하나의 회사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그들은 구글의 대안에 종속되기를 거부했다. 대신, 그들은 자신들만의 대안을 찾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구글이 없는, 개방형 웹(Open Web)을 위한 독립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움직임의 중심에는 ‘통일 ID 솔루션(Unified ID Solutions)’이라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알렉스의 팀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개발에 집중하면서도, 외부 경쟁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팀 회의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 솔루션을 소개했다.
“업계에서 가장 큰 독립 DSP 중 하나인 ‘더 트레이드 데스크(The Trade Desk)’가 주도하는 ‘UID 2.0’이라는 프로젝트가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접근 방식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사라가 UID 2.0의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이들의 핵심은 ‘이메일 주소’입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실제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 동의 기반의 식별자 생성: 사용자가 어떤 언론사 웹사이트에 방문하여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로그인하면(예: 기사 구독 신청), 해당 웹사이트는 사용자의 명시적인 동의를 얻어 이메일 주소를 암호화된 식별자로 변환한다. 이 변환 과정은 되돌릴 수 없으며, 주기적으로 새로운 값으로 변경된다.
- 중앙화된 관리: 이 암호화된 ID는 UID 2.0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중앙 관리자에게 전송되어, 사용자의 동의 상태와 함께 안전하게 보관된다.
- 생태계 내 공유: 사용자가 다른 웹사이트나 앱(UID 2.0 연합에 가입한)에 방문하면, 이 암호화된 ID가 광고 입찰 요청에 포함되어 공유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사이트에서도 동일한 사용자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알렉스는 그 구조에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발견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사용자 데이터를 브라우저 안에 가두는 ‘분산형’ 접근 방식이라면, UID 2.0은 암호화된 ID를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연합형 중앙집권’ 방식이군요.”
“정확해.” 데이비드가 말했다. “그들은 구글이 아닌, 업계가 공동으로 신뢰하고 관리하는 중립적인 ID 시스템을 만들자는 겁니다. 특정 기업의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웹을 위한 독립적인 신분증을 만들자는 거죠.”
이 통일 ID 솔루션의 등장은 구글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주었다. 구글은 자신들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미래의 표준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만약 UID 2.0 같은 외부 솔루션이 업계의 대세가 된다면, 구글은 고립될 수도 있었다.
광고주들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우리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에 맞춰 시스템을 개발해야 합니까, 아니면 UID 2.0에 맞춰야 합니까? 아니면 둘 다 해야 합니까?”
시장은 통일된 표준 없이, 여러 개의 대안들이 각축을 벌이는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마치 과거 베타맥스(Betamax)와 VHS가 비디오테이프 표준을 두고 싸웠던 것처럼, 포스트-쿠키 시대의 기술 표준을 둘러싼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알렉스의 팀은 이제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치열한 ‘표준 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그들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가 기술적으로 우월할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그는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설계하며 생각했다. 이 전쟁의 승패는 단순히 코드의 우아함이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파트너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개발자들에게 더 쉬운 개발 환경을 제공하며, 광고주들에게 더 명확한 가치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기술 전쟁은 이제, 생태계 전체의 마음을 얻기 위한 외교전이자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