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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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26일

팀은 여러 개의 미래를 동시에 개척하고 있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통일 ID 솔루션과의 경쟁, 리테일 미디어, 데이터 클린룸, 그리고 컨텍스트 타겟팅의 부활까지. 사무실의 화이트보드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복잡한 로드맵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 복잡성은 팀 내부에 미묘한 불안감을 조성했다. 우리는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하는 것이 맞는가?

그 불안감은 광고 사업 부문 전체의 분기별 타운홀 미팅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부사장 마리아 해먼드가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젊은 직원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조직 전체가 느끼는 혼란이 담겨 있었다.

“부사장님, 저희는 지금 너무 많은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쿠키의 대안으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개발하는 동시에, 1자 데이터를 위한 클린룸을 만들고, 또 구식이라는 컨텍스트 타겟팅에도 다시 투자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경쟁사들이 통일 ID 솔루션으로 뭉치고 있고요. 솔직히 말해, 저희의 명확한 ‘하나의 전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그것은 모두가 마음속으로 품고 있었지만, 감히 꺼내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장내에는 긴장된 침묵이 흘렀다.

마리아 부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단상에서 객석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멈췄다.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이 모든 변화의 가장 최전선에서 싸워온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겠군요. ‘차세대 광고 플랫폼 팀’의 기술 리드, 알렉스 노튼. 앞으로 나와서 당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겠어요?”

갑작스러운 지목에 알렉스는 심장이 철렁했다. 수백 명의 동료와 리더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걸어 나갔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리더로서 반드시 답해야만 하는 질문이었다.

알렉스는 마이크 앞에 서서, 질문을 던진 직원을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훌륭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혼란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더 이상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회중을 향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과거의 쿠키 시대는 단순했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만능 열쇠가 있었죠. 하지만 그 열쇠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라는 자물쇠를 강제로 열어왔습니다. 이제 그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하나의 만능 열쇠가 아닙니다. 각기 다른 상황과 필요에 맞는, 정교한 ‘도구 세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알렉스는 허공에 손을 뻗어, 마치 피라미드를 그리듯 층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장 아래, 가장 넓은 기반은 바로 ‘컨텍스트 타겟팅’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새로운 기본값(default)입니다. 사용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프라이버시를 전혀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광고 지면에서 최소한의 관련성을 보장해주는 안전망이죠. 이것만으로도 수많은 광고 캠페인은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 위, 두 번째 층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입니다. 컨텍스트만으로는 부족한 광고주들을 위해,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선에서 관심사 그룹(Topics)이나 리타겟팅(FLEDGE)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죠. 사용자의 데이터는 브라우저 안에 안전하게 머무릅니다. 이것은 익명화된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더 진보된 타겟팅을 위한 층입니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 가장 정교한 층에는 ‘1자 데이터 솔루션’이 있습니다. Ads Data Hub나 데이터 클린룸 같은 기술들이죠. 이것은 자신들의 소중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가장 성숙한 광고주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성능을 내는 최상위 도구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비전을 정리했다.

“이 세 개의 층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호 보완적인 포트폴리오입니다. 우리의 전략은 광고주에게 하나의 길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표와 그들이 가진 데이터의 수준, 그리고 사용자가 허용한 프라이버시의 범위에 맞춰 최적의 도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쿠키의 종말은 위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무분별한 추적이 아닌, ‘가치 교환’과 ‘사용자 동의’를 중심으로 하는, 더 투명하고 건강한 광고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새로운 생태계의 청사진입니다.”

알렉스의 말이 끝나자, 장내를 가득 채웠던 혼란과 불안의 안개가 걷히는 듯했다. 흩어져 있던 점들이 하나의 명확한 그림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장내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알렉스는 단상에서 내려오며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비드와 사라의 자랑스러운 눈빛과 마주쳤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단순한 기술 리드를 넘어, 팀과 회사에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을 가진 리더로 거듭나고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