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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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27일

타운홀 미팅에서의 발표는 알렉스를 회사 내의 스타로 만들었다. 그의 명확한 비전은 수많은 동료에게 영감과 방향성을 주었고, 그의 팀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사기와 자부심 속에서 미래를 향한 개발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는 자신의 팀에 속한 한 주니어 엔지니어, ‘레오’로부터 코드 리뷰 요청을 받았다. 레오는 몇 년 전, 알렉스가 처음 팀 리더가 되었을 때 직접 뽑았던 신입사원이었다. 당시 그는 호기심은 많았지만, 시스템 전체를 보는 시야가 부족하여 자주 길을 잃곤 했다.

레오가 리뷰를 요청한 코드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FLEDGE API와 관련된,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부분이었다. 브라우저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매 로직을 구글의 광고 서버와 연동시키는 핵심 모듈이었다.

알렉스는 코드를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코드는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고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감탄한 것은 코드의 구조가 아니었다. 그것은 코드 곳곳에 담겨 있는 레오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었다.

레오는 단순히 기술 명세서에 나온 대로 코드를 구현하지 않았다. 그는 코드의 모든 섹션마다 상세한 주석을 달아, 이 코드가 왜 이렇게 작성되었는지를 설명했다.

// [프라이버시 고려사항] 이 함수는 사용자의 브라우저 내부에서만 실행되며,
// 어떤 개인 식별 정보도 서버로 전송하지 않도록 설계되었음.
// 만약 서버와 통신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K-익명성(K-anonymity)을 보장하는
// 집계된 데이터 형식으로만 전송해야 함.

// [성능 최적화] 브라우저 내부 경매는 메인 스레드를 방해하지 않도록
// Web Worker를 사용하여 백그라운드에서 비동기적으로 처리함.
// 이를 통해 페이지의 렌더링 속도 저하를 최소화.

// [보안 취약점 방지] 외부 광고주 스크립트가 브라우저 내부의 다른 정보에
// 접근할 수 없도록, Fenced Frame 기술을 적용하여 완벽하게 격리함.

그 주석들은 단순히 코드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이 코드가 지켜야 할 ‘원칙’과 ‘철학’을 명시하고 있었다. 프라이버시, 성능, 보안. 레오는 이 세 가지 가치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자신의 코드로 증명하고 있었다.

알렉스는 코드 리뷰를 잠시 멈추고, 레오를 자신의 자리로 불렀다.

“레오, 이 코드 정말 훌륭하군요. 특히 주석을 통해 설계의 배경과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해준 점이 인상 깊습니다.”

레오는 칭찬에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알렉스. 사실, 몇 년 전 타운홀에서 하셨던 발표를 듣고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도구 세트’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이요. 그래서 이 코드를 작성하면서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이 코드는 과연 우리가 약속한 원칙을 지키고 있는가?’ 하고요.”

그 순간, 알렉스는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자신이 던졌던 비전의 씨앗이, 후배의 마음속에서 싹을 틔우고, 이제는 이토록 훌륭한 코드라는 열매로 맺힌 것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는 레오의 성장에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처음 입사하여 사라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며 성장해왔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이제 레오가 자신을 보며 그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지식과 철학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승의 순간이었다.

알렉스는 코드 리뷰 창에 몇 가지 사소한 개선 제안과 함께, 마지막 코멘트를 남겼다.

"Approved. 이 코드는 기술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일하게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승인(Approve)’ 버튼을 누르며, 리더로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이 직접 코드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성장을 통해 팀 전체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는 기쁨이었다.

후배는 이제 더 이상 가르침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었다.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갈 든든한 동료이자, 때로는 자신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