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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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6월 30일

구글의 ‘공생 모델’은 책임감 있는 AI 활용의 방향을 제시하며 업계의 표준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알렉스의 팀은 거대한 구글 광고 시스템에 AI를 ‘접목’하고, 기존의 수많은 프로세스와 ‘조화’시키는 복잡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거대하고 낡은 도시를 리모델링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실리콘밸리의 한편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위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도시가 세워지고 있었다.

어느 날, 업계 전문 기술 매체 ‘테크크런치’에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구글의 ‘딥마인드’ 출신 AI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비밀스러운 스타트업, ‘아톰 AI(Atom AI)’,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

기사는 이 신생 스타트업이 ‘세상에 없던 광고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는 즉시 팀에 이들의 기술을 분석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알렉스와 그의 팀이 아톰 AI에 대해 파고들수록, 그들은 자신들이 마주한 경쟁자가 이전의 어떤 상대와도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리테오는 ‘리타겟팅’이라는 특정 전술의 대가였다. 페이스북은 ‘소셜 데이터’라는 독점적인 자산을 가졌다. 하지만 아톰 AI는 달랐다. 그들의 무기는 특정 기술이나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들은 태생부터 달랐다.

사라가 분석 회의에서 그 차이점을 명확히 정의했다.
“여러분, 우리는 기존의 자동차 엔진에 전기 모터를 추가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처음부터 섀시, 배터리, 모터 모든 것을 전기차 전용으로 설계한 ‘테슬라’와 같습니다. 우리는 AI를 기존 시스템에 ‘적용’하지만, 저들은 AI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만듭니다. 그들은 ‘AI 네이티브(AI-Native)’입니다.”

‘AI 네이티브’. 그 단어는 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아톰 AI의 접근 방식은 구글과 정반대였다.

  • 레거시 시스템의 부재: 그들에게는 수십 년간 쌓아온, 복잡하게 얽힌 낡은 코드나 시스템이 없었다. 그들은 백지상태에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최신 AI 기술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했다.
  • 완전 자동화를 향한 믿음: 구글이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이야기하며 신중한 접근을 할 때, 아톰 AI는 ‘인간의 개입은 편향과 비효율을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광고 전략 수립, 타겟팅, 크리에이티브 생성, 입찰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 속도와 유연성: 거대 조직인 구글이 하나의 기능을 출시하기 위해 수많은 부서의 검토와 승인을 거치는 동안, 작고 날렵한 아톰 AI는 매주 새로운 AI 모델을 배포하며 무서운 속도로 시스템을 개선해나갔다.

알렉스는 그들의 비공개 데모 영상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플랫폼에서, 광고주는 단지 ‘이번 달에 이 신제품을 10만 달러 예산으로 팔아줘’라는 단 한 문장의 목표만 입력했다. 그러자 시스템은 몇 분 만에 수십 개의 타겟 그룹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각 그룹에 맞는 광고 문구와 이미지를 수백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냈으며, 강화 학습 에이전트가 그 모든 캠페인을 동시에 운영하고 최적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구글이 꿈꾸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했던 ‘완전 자동화’의 모습이었다.

경쟁자의 등장은 구글 내부의 혁신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강력한 자극제가 되었다. 데이비드는 리더십 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책임감’과 ‘안정성’이라는 이유로 너무 신중하게 움직이는 동안, 시장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아톰 AI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을 빼앗아 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더 과감해져야 합니다.”

알렉스의 팀은 딜레마에 빠졌다. 그들이 추구해온 ‘공생’의 철학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속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동화’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할 것인가.

AI 네이티브의 습격은 팀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공룡은 자신의 거대한 몸집 때문에 결국 멸종했다. 구글이라는 거대한 공룡은, 작지만 빠르고 지능적인 신생 포유류의 도전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싸움의 결과에 따라 프로그래머틱 광고의 미래 지형이 결정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