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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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01일

아톰 AI의 등장은 단순한 위협을 넘어, 구글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냈다. ‘최고의 AI 기술은 구글에 있다’는 암묵적인 자부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구글은 너무 크고 낡았다’, ‘진정한 혁신은 작고 빠른 스타트업에서 나온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업계의 흐름을 바꿀 만한 거대한 사건이 터졌다.

세계 최대의 소비재 기업이자, 연간 수십억 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P&G가 자사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전례 없는 공개 실험을 선언한 것이다.

P&G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이렇게 발표했다.

“우리는 광고 기술의 미래를 직접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에, 향후 1년간 자사의 대표적인 스킨케어 브랜드 ‘올레이(Olay)’의 디지털 광고 예산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집행하고 그 성과를 투명하게 비교 분석할 것입니다.”

발표 내용은 구체적이고 도발적이었다.

  • 그룹 1 (구글): 예산의 3분의 1은 구글의 최신 AI 플랫폼, 즉 알렉스의 팀이 개발한 ‘공생 모델’ 기반의 솔루션을 통해 집행한다.
  • 그룹 2 (아톰 AI): 예산의 3분의 1은 신생 강자인 아톰 AI의 ‘완전 자동화’ 플랫폼을 통해 집행한다.
  • 그룹 3 (인간 에이전시): 나머지 3분의 1은 전통적인 방식대로, 세계적인 광고 에이전시 ‘WPP’의 전문가들이 직접 수동으로 기획하고 운영한다.

이 발표는 광고 업계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비교 테스트가 아니었다. 광고의 미래를 건 ‘세기의 대결’이었다.

‘인간 vs 인간과 AI의 공생 vs 완전 자동화 AI’

이 대결의 결과에 따라, 광고주들이 미래에 어디에 돈을 쓸지가 결정될 터였다. 구글과 아톰 AI, 그리고 WPP의 주가가 동시에 요동쳤다.

알렉스의 팀은 그야말로 전시 상황에 돌입했다. P&G의 올레이 캠페인을 전담 지원하는 TF가 즉시 꾸려졌고, 알렉스는 그 TF의 기술 총괄을 맡았다. 그들의 어깨에는 팀의 명예뿐만 아니라, 구글 광고 사업의 미래가 걸려 있었다.

첫 번째 킥오프 미팅. P&G의 담당자들은 구글 팀에게 명확한 목표와 함께, 그들의 ‘인간적인’ 전문 지식을 시스템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올레이의 핵심 타겟은 35세 이상의 여성이지만, 최근에는 노화 방지에 관심이 많은 20대 후반까지 타겟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해, ‘반값 할인’이나 ‘오늘만 특가’ 같은 저렴해 보이는 문구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알렉스와 그의 팀은 이 요구사항들을 자신들의 ‘공생 모델’ 플랫폼에 하나씩 녹여냈다. 그들은 P&G의 마케터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AI가 따라야 할 전략적 가이드라인과 창의적 경계를 설정했다. 그것은 인간의 경험과 기계의 연산 능력이 결합되는, 정교한 협업 과정이었다.

반면, 아톰 AI 진영의 소식은 달랐다. 그들은 단 한 번의 킥오프 미팅 외에는 P&G와 거의 소통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그들은 단지 P&G로부터 제품 정보와 예산, 그리고 ‘ROAS(광고수익률) 극대화’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그들의 블랙박스 AI가 모든 것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대결의 막이 올랐다.

알렉스는 자신의 모니터에 세 개의 대시보드를 나란히 띄워놓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구글, 아톰 AI, 그리고 WPP. 세 개의 다른 철학이, 세 개의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아침, 올레이 캠페인의 데이터를 확인하며 잠에서 깼다. 자신들이 만든 기술과 철학의 가치를, 이제 시장의 가장 냉정한 심판대 위에서 증명해야만 했다. 그가 작성한 코드 한 줄 한 줄이, 이 세기의 대결의 승패를 가를 총알이 되어 발사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