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서막, 첫 번째 보고서
제66화
발행일: 2025년 07월 01일
P&G의 공개 실험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업계 전체가 첫 번째 중간 결과 발표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알렉스와 그의 팀은 매일같이 데이터를 분석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P&G로부터 1개월 차 성과 보고서가 세 진영에 동시에 전달되었다. 알렉스는 떨리는 손으로 파일을 열었다. 그의 눈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핵심 평가지표, ROAS(광고수익률)였다.
[올레이 캠페인 1개월 차 ROAS 결과]
- 아톰 AI (완전 자동화): 5.2
- 구글 (공생 모델): 4.5
- WPP (인간 에이전시): 3.1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톰 AI가 뚜렷한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구글은 인간 에이전시는 이겼지만,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에게는 뒤처졌다.
팀 회의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들이 자부심을 가졌던 ‘인간과 기계의 공생’ 모델이, 무자비한 ‘완전 자동화’ AI에게 패배한 것이다.
한 엔지니어가 침통하게 입을 열었다.
“결국… 인간의 개입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그들의 주장이 맞았던 걸까요?”
하지만 알렉스는 숫자 너머의 데이터를 파고들었다. 그는 단순히 최종 ROAS 결과만 보지 않았다. 어떤 광고가, 어떤 사용자에게, 어떻게 노출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로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아톰 AI의 승리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발견했다.
“여러분, 이것 좀 보십시오.”
알렉스는 두 플랫폼의 광고 노출 상위 매체 목록을 화면에 띄웠다.
-
구글 플랫폼 노출 상위 매체:
- Vogue.com (프리미엄 패션 잡지)
- NYTimes.com/Style (뉴욕타임스 스타일 섹션)
- Elle.com (고급 뷰티 매거진)
- ...
-
아톰 AI 플랫폼 노출 상위 매체:
- Buzzfeed.com/quiz (버즈피드 퀴즈 섹션)
- Random-game-app-123.com (출처 불명의 모바일 게임)
- Celebrity-gossip.net (연예인 가십 뉴스 사이트)
- ...
차이는 명백했다. 구글의 AI는 P&G가 설정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유지’라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브랜드 가치에 부합하는 고급 매체 위주로 광고를 집행했다.
반면, 아톰 AI는 그런 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다. 그들의 AI에게는 오직 단 하나의 목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높은 전환율을 기록하는 것’만 중요했다. 그 결과, 광고 단가가 저렴하고 트래픽이 많은 대중적인 사이트나, 심지어는 저품질의 모바일 게임 앱에까지 공격적으로 광고를 노출시킨 것이다.
사라가 분석을 덧붙였다.
“아톰 AI의 전략은 단기적인 ROAS를 극대화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떨까요? 올레이라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의 광고가 가십 사이트나 게임 앱에 계속 노출된다면, 브랜드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알렉스는 P&G와의 주간 보고 회의에서 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저희는 단순히 ROAS라는 숫자만 최적화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P&G 여러분께서 설정해주신 ‘브랜드 가치’라는 무형의 자산을 함께 지키며 달렸습니다. 아톰 AI의 높은 ROAS는, 어쩌면 브랜드 안전성(Brand Safety)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희생시킨 대가일 수 있습니다.”
P&G의 마케팅 책임자는 그의 분석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단순한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노련한 마케터의 그것이었다.
“흥미로운 분석이군요, 알렉스. 당신들의 관점을 잘 알겠습니다. 대결은 아직 11개월이나 남았습니다. 계속 지켜보죠.”
회의가 끝나고, 팀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비록 첫 전투에서는 숫자로 패배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철학이 틀리지 않았음을 데이터로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
이 대결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겨루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었다. 브랜드의 장기적인 가치와 신뢰까지 포함하는, 복잡하고 긴 마라톤이었다. 알렉스와 그의 팀은 이제 막 첫 번째 고개를 넘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더 긴 싸움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