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길, "어떻게 여기까지 왔죠?"
제71화
발행일: 2025년 07월 04일
네트워크 품질 개선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과제가 되었다. 팀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와 차세대 AI 모델 개발에 매진했다. 알렉스는 이제 수십 명의 팀원을 이끄는 베테랑 리더가 되었고, 그의 팀은 구글 광고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부서로 자리 잡았다.
어느 날, 알렉스는 자신의 팀에 새로 합류한 신입사원 ‘클로이’와 첫 일대일 면담을 가졌다. 클로이는 MIT를 수석으로 졸업한, 패기와 재능이 넘치는 엔지니어였다. 그녀는 알렉스가 처음 구글에 입사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알렉스는 팀의 비전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설명해주었다.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데이터 클린룸, 생성형 AI… 클로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설명을 듣다가, 문득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팀장님, 설명해주신 모든 기술들이 정말 놀랍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시스템이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서 어디부터 파악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그녀는 사무실의 거대한 화이트보드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지난 몇 년간 팀이 그려온 수많은 아키텍처 다이어그램과 기술 로드맵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마치… 여러 세대에 걸쳐 거인들이 계속해서 증축해온 거대한 도시 같아요. 어떤 길은 최신 기술로 포장되어 있는데, 어떤 골목은 낡고 비좁아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이 왜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지, 각각의 기술이 왜 필요했는지, 그 역사와 맥락을 알지 못하니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죠?”
클로이의 순수한 질문은 알렉스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와 그의 동료들에게는 지난 10여 년간의 모든 변화와 결정이 생생한 경험이자 살아있는 역사였다. 하지만 클로이와 같은 새로운 세대에게, 그것은 그저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일 뿐이었다. 삽입 주문서의 시대, RTB의 탄생, 쿠키의 등장과 종말… 그 치열했던 모든 과정의 ‘이유’와 ‘배경’이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리더로서, 그는 팀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려주었지만,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스토리를 공유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알렉스는 텅 빈 사무실에 남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클로이의 질문은 단순히 신입사원의 고충이 아니었다. 그것은 조직의 지식과 철학이 어떻게 계승될 수 있는가에 대한, 리더십의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그는 결심했다. 이 거대한 도시의 지도를 새로 그려야겠다고. 단순히 현재의 모습만이 아니라, 이 도시가 어떻게 탄생하고 확장되어 왔는지에 대한 역사를 기록해야겠다고.
알렉스는 회사 내부의 기술 블로그 에디터를 열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첫 번째 글의 제목을 입력했다.
‘프로그래머틱 광고 연대기 (The Programmatic Chronicles)’
그리고 그는 첫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코드 한 줄로 세상을 움직이려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모든 것은 ‘규모의 저주’라는 거대한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대지를 돌도끼와 주먹으로 개간하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그는 신입사원 클로이를 위해, 그리고 지난 시간을 함께 달려온 동료들을 위해, 무엇보다도 자신의 길을 되돌아보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가 개인적인 기록으로 시작한 이 글이, 훗날 업계 전체의 역사를 정리하는 중요한 문헌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저 그는, 자신들이 걸어온 길의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담담하게 첫 번째 연대기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