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의 시작, 돌도끼와 엑셀
제72화
발행일: 2025년 07월 04일
알렉스의 첫 번째 ‘프로그래머틱 광고 연대기’ 포스팅이 사내 기술 블로그에 올라갔다. 그는 글의 대상을 명확히 했다. ‘새롭게 광고 기술의 세계에 발을 들인 모든 이들을 위하여.’
그는 화려한 기술 용어나 복잡한 개념 대신, 자신이 처음 입사했을 때 느꼈던 순수한 충격과 당혹감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1장: 여명기 - 우리는 어떻게 광고를 거래했는가?>
“내가 처음 구글 광고팀에 합류했을 때, 나는 세상의 모든 광고가 최첨단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거래될 것이라 상상했다. 하지만 내가 온보딩 과제로 마주한 것은 ‘삽입 주문서(Insertion Order, IO)’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이었다.”
알렉스는 IO 방식의 작동 과정을 한 편의 짧은 콩트처럼 묘사했다. 나이키의 광고 담당자 ‘밥’과, ESPN의 영업 담당자 ‘수잔’이 등장했다.
- 밥: “수잔, 다음 달 우리 신제품 농구화 광고를 당신네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걸고 싶은데, 자리 있소? 가격은 얼마요?”
- 수잔: “어디 보자… 다음 달은 슈퍼볼 시즌이라 이미 예약이 찼는데… 아, 둘째 주 화요일 오후부터 사흘간은 자리가 있긴 하오. 가격은 좀 비쌀 텐데, 괜찮겠소?”
- 밥: “알았소. 그럼 그 자리로 합시다. 내가 IO 양식 채워서 이메일로 보내주겠소.”
- 수잔: “좋소. 확인하고 사인해서 회신하지. 광고 배너 파일은 언제까지 보내줄 수 있소?”
알렉스는 이 우스꽝스러운 대화가 불과 몇 년 전까지 디지털 광고의 표준적인 업무 방식이었음을 설명했다. 모든 것이 사람의 전화와 이메일, 그리고 수작업에 의존했다.
그는 이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규모의 저주’라는 키워드로 명확히 정의했다.
“이 방식은 밥과 수잔, 단 두 사람 사이에서는 어떻게든 작동한다. 하지만 수만 명의 밥과 수만 명의 수잔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인터넷에는 수억 개의 웹사이트와 수백만 명의 잠재적 광고주가 있다. 이 모든 조합을 이메일과 엑셀로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글로벌 헤럴드의 존 밀러 씨가 토로했던 ‘90%의 텅 빈 광고 지면’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프리미엄 지면을 제외한 나머지 막대한 양의 ‘잉여 인벤토리’는 팔 방법이 없어 그대로 버려지고 있었다. 이는 인터넷 경제 전체의 거대한 비효율이었다.
글의 마지막에서, 알렉스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첫 번째 발상으로 독자들을 이끌었다.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가 직접 모든 점을 실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대신, 모든 점들이 한곳에 모여 스스로 짝을 찾을 수 있는 거대한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만약 광고 ‘자리’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면?
이 질문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다음 장에서는 광고계의 빅뱅, ‘애드 익스체인지’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그의 글은 딱딱한 기술 문서가 아니었다. 명확한 문제 정의, 생생한 비유, 그리고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있었다.
포스팅이 올라간 지 몇 시간 만에, 블로그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클로이와 같은 신입사원들이었다.
- “와… IO가 그런 거였군요. 이제야 저희 팀이 왜 그렇게 ‘자동화’를 강조하는지 알겠습니다.”
- “밥과 수잔의 대화, 너무 현실적이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이네요.”
- “다음 장이 너무 기대됩니다! 애드 익스체인지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빨리 알고 싶어요.”
하지만 알렉스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데이비드나 사라 같은 베테랑 엔지니어들이 남긴 댓글이었다.
- [데이비드 첸]: “알렉스, 이 글을 읽으니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군. 초심을 잃지 않게 해줘서 고맙네.”
- [사라 킴]: “기억나네. 그때 우린 정말 돌도끼로 사냥하고 있었지. 이 글, 우리 팀 신입들 필독 자료로 지정해야겠어.”
알렉스는 깨달았다. 이 이야기는 단지 신입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복잡한 현재에 매몰되어, 자신들이 처음 해결하려 했던 문제의 본질과 초심을 잊어가던 베테랑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었다.
그의 연대기는 이제 막 첫 장을 넘겼을 뿐이었지만, 이미 조직 내에서 보이지 않는 지식과 경험의 다리를 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