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 법정에 서다
제84화
발행일: 2025년 07월 10일
몇 달간의 지루한 증거 개시 절차가 끝나고, 마침내 재판이 시작되었다. 알렉스는 매일 법정 방청석에 앉아, 자신들이 제출한 증거와 변호인단의 변론을 지켜보았다. 법정의 공기는 그가 경험했던 어떤 기술적인 논쟁보다도 차갑고 무거웠다.
법무부 측 검사들은 구글의 내부 용어와 복잡한 기술들을 교묘하게 왜곡하여, 배심원들에게 구글이 탐욕스러운 독점 기업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 했다.
“여러분, 구글은 ‘다이내믹 가격 책정’이라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이름은 그럴싸하지만, 이것은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경매 가격을 마음대로 조작했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오픈 비딩’이라는 이름으로 경쟁사들을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인 뒤, 결국 그들의 데이터를 훔쳐보고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구글의 변호인단은 필사적으로 반박했지만, 너무나 복잡한 기술의 세계를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역부족처럼 보였다. 배심원들의 표정에는 혼란과 불신이 가득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던 어느 날. 구글의 수석 변호사, ‘엘리자베스 리드’가 알렉스를 찾아왔다. 그녀의 표정은 결연했다.
“알렉스,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우리는 이 싸움의 프레임을 바꿔야 합니다.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 대한 방어를 넘어, 우리가 왜 이런 기술들을 만들어야만 했는지, 그 ‘역사’와 ‘맥락’을 배심원들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그녀는 알렉스의 책상 위에 놓인, 인쇄된 ‘프로그래머틱 광고 연대기’ 뭉치를 가리켰다.
“저는 당신이 쓴 이 글들을 모두 읽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문서가 아니에요. 이것은 하나의 스토리입니다. 문제 제기, 위기, 그리고 혁신으로 이어지는. 저는 이 스토리를 법정에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놀라운 제안을 했다.
“알렉스 노튼 씨를, 우리 측의 핵심 기술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당신이 직접 증인석에 서서, 배심원들에게 당신의 연대기를 이야기해주십시오.”
알렉스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엔지니어인 자신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반독점 재판의 증인석에 서야 한다니.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제가…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당신은 변호사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진정성’과 ‘경험’입니다.” 엘리자베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이 모든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당신의 목소리로, 이 복잡한 기술들이 차가운 코드가 아니라, 더 나은 인터넷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의 결과물이었음을 보여주십시오.”
며칠 후, 알렉스는 굳은 표정으로 증인석에 섰다. 법정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엘리자베스 변호사가 그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그녀의 질문은 그의 연대기를 따라 흘러갔다.
“증인, 증인은 10여 년 전, 디지털 광고가 어떻게 거래되었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알렉스는 긴장을 풀고, 마치 신입사원 클로이에게 이야기해주듯, ‘삽입 주문서’와 ‘엑셀 파일’의 시대를 설명했다. 그는 밥과 수잔의 가상 대화를 예로 들며, 당시의 비효율성을 배심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애드 익스체인지’를 만들었습니까?”
“그 ‘규모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였습니다. 수백만 명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날 수 있는 공정한 시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연대기를 한 장 한 장 넘기듯, 다음 질문으로 이끌었다. RTB, DMP, 광고 사기, 뷰어빌리티, 모바일 혁명, 그리고 쿠키의 종말까지.
알렉스는 각 기술이 왜 등장해야만 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증언했다. 그는 어려운 기술 용어를 최소화하고, 명확한 비유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의 증언은 법정의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배심원들의 표정에서 혼란이 걷히고, 처음으로 흥미와 이해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이상 구글을 거대한 기계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보기 시작했다.
증언의 마지막, 엘리자베스는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
“증인, 법무부는 구글이 이 모든 기술을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증인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알렉스는 잠시 배심원들을 둘러본 후, 마이크에 대고 단호하지만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지난 10여 년간, 단 한 번도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코드를 작성한 적이 없습니다. 저와 제 동료들은 언제나 ‘더 나은 기술을 만들기 위해’ 코드를 작성했습니다. 눈앞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사용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의 모든 역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의 진심 어린 증언은 법정 전체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가 블로그에 기록했던 ‘연대기’는, 이제 반독점 소송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구글의 역사를 변호하는 가장 강력하고 진솔한 목소리가 되어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