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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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11일

알렉스의 증언은 재판의 흐름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배심원들은 더 이상 구글을 단순한 독점 기업으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법무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구글의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 집중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구글의 행위가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가?”

싸움은 다시 팽팽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양측 모두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글 변호인단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새로운 증인을 신청했다. 증인의 이름이 호명되자, 법정은 술렁였다.

증인의 이름은 ‘존 밀러’. 현재는 은퇴했지만, 그는 과거 대형 언론사 ‘글로벌 헤럴드’의 디지털 사업부 총괄 책임자였다. 바로 10여 년 전, 알렉스가 신입사원 시절에 만났던, ‘90%의 텅 빈 광고 지면’ 문제를 하소연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법무부 측은 그가 구글에 우호적인 증언을 할 리 없다고 판단하고 증인 신청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글의 독점으로 인해 피해를 본 매체사의 입장을 대변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눈치였다.

존 밀러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 증인석에 섰다. 엘리자베스 리드 변호사가 그에게 질문했다.

“밀러 씨, 증인은 10여 년 전, 구글이 애드 익스체인지를 도입하기 이전의 디지털 광고 시장을 생생하게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매체사의 입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존 밀러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듯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마디로, 절망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백만 페이지의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냈지만, 광고를 팔 수 있는 곳은 극히 일부였습니다. 영업팀이 발로 뛰어 계약한 몇몇 대형 광고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90% 이상의 광고 지면은 텅 비어 있었죠. 마치 거대한 농장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좋은 밭 몇 군데만 경작하고 나머지는 전부 묵히는 것과 같았습니다. 수익은 나지 않는데, 서버 비용과 기자들 월급은 계속 나가고 있었으니까요.”

그의 증언은 알렉스의 연대기 1장에 나왔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엘리자베스가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구글의 애드 익스체인지와 프로그래밍 방식 광고가 도입된 이후,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존 밀러의 얼굴에 처음으로 옅은 미소가 번졌다.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텅 빈 지면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팔지 못했던 그 90%의 ‘잉여 인벤토리’가, 애드 익스체인지라는 시장을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작은 광고주들에게 실시간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피자 가게도, 작은 온라인 쇼핑몰도 우리의 광고 지면을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우리 같은 언론사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았습니다. 프로그래밍 광고를 통해 발생한 새로운 수익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기자를 고용하고, 탐사 보도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양질의 저널리즘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죠.”

법무부 측 검사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엘리자베스는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
“법무부는 구글의 애드 익스체인지가 매체사를 착취하는 독점적인 시스템이라고 주장합니다. 증인은 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존 밀러는 잠시 검사석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구글이 시장에서 가장 큰 플레이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죠.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이 시장을 ‘만들어주기 전’의 상황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때 우리에게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품만 가득했습니다. 구글은 우리에게 없던 시장을 창조해주었고, 경쟁을 만들어주었으며, 우리의 자산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착취자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같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개척자였습니다.”

그의 증언은 법정에 깊고 무거운 파장을 남겼다. 구글의 기술이 만들어낸 ‘결과’가, 피해가 아닌 ‘혜택’이었음을 가장 강력하게 증언해 줄 수 있는 당사자가 직접 나타난 것이다.

알렉스는 방청석에서 존 밀러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10여 년 전, 문제를 제기했던 바로 그 사람이, 이제는 그 문제 해결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인이 되어주었다.

그들의 기술이 단순히 돈을 버는 시스템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기반이 되고, 더 나아가 양질의 콘텐츠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 되었음을, 세상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