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한 줄로 세상을 움직이다 (The End)
제90화
발행일: 2025년 07월 13일
사라의 제안은 알렉스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며칠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10여 년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광고팀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답을 찾기 위해, 자신이 처음 실무 코드를 작성했던 ‘43번 빌딩’의 오래된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은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 팀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창가의 풍경이나 공기의 냄새는 여전했다.
알렉스는 자신의 옛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첫 번째 코드를 떠올렸다. 특정 웹사이트의 광고 인벤토리 목록을 불러오는, 아주 작고 단순한 스크립트. 하지만 그 코드 한 줄이, 거대한 애드 익스체인지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것을 그는 똑똑히 목격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했던 것은 ‘광고 기술’ 그 자체가 아니었다. ‘기술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의 작동 방식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과정’ 자체를 사랑했던 것이다. 광고는 그가 처음 만났던, 가장 거대하고 흥미로운 문제였을 뿐이다.
이제 그의 앞에는 클라우드와 AI라는, 광고보다 더 크고 근본적인 새로운 문제가 놓여 있었다.
결심을 굳힌 알렉스는 데이비드를 찾아갔다. 그는 자신의 오랜 리더이자 동료에게, 사라의 제안과 자신의 결심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데이비드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따뜻한 미소로 그의 결정을 지지해주었다.
“섭섭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쁘네, 알렉스. 자네 같은 인재가 더 넓은 세상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회사 전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야. 자네가 없는 광고팀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이제는 레오와 같은 훌륭한 후배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악수를 나눴다. 그것은 아름다운 이별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축복이었다.
며칠 후, 알렉스는 자신의 팀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자신의 거취를 발표했다. 팀원들은 아쉬워했지만, 모두가 그의 새로운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특히 레오는 알렉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팀장님, 아니 부사장님. 팀장님이 남겨주신 ‘연대기’와 철학은 저희가 계속해서 이어나가겠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기술이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세요.”
알렉스는 자신의 유산이 든든한 후배들에게 온전히 계승되었음을 느끼며, 비로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마지막 퇴근길. 알렉스는 자신의 모든 짐을 정리하고, 10여 년 전 처음 받았던 낡은 플라스틱 사원증을 목에 건 채 구글플렉스를 나섰다.
그는 캠퍼스를 가로지르며, 광고팀이 있는 빌딩과, 앞으로 자신이 일하게 될 클라우드팀이 있는 빌딩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두 빌딩은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첫 출근 날, 사라가 던졌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는 인터넷의 혈액을 만드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그는 이제, 그 혈액이 흐르는 몸 전체, 즉 디지털 세상의 모든 인프라와 신경망을 더 건강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손은 지난 10여 년간 수백만 줄의 코드를 써 내려왔다. 그 코드들은 때로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이 되었고, 때로는 치열한 전쟁의 무기가 되었으며, 때로는 법정의 증거가 되기도 했다.
알렉스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키보드 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세상의,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코드 한 줄을 써 내려갈 것이다.
그에게는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믿음이 있었다.
‘올바른 코드 한 줄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그의 프로그래머틱 광고 연대기는 막을 내렸지만, 코드 한 줄로 세상을 움직이려는 그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 막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고 있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