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대기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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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14일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알렉스는 약속대로 클라우드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AI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는 새로운 도전을 이끌고 있었다. 그가 떠난 ‘차세대 광고 플랫폼 팀’은 이제 ‘광고 지능(Ad Intelligence)’ 팀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그의 후계자인 레오가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었다.

레오는 더 이상 과거의 신입사원이 아니었다. 그는 수많은 기술적, 정책적 변화의 파도를 넘으며 단련된, 노련하고 통찰력 있는 리더로 성장해 있었다. 그가 이끄는 팀은 알렉스가 남긴 ‘공생’과 ‘투명성’의 철학을 기반으로, 광고 플랫폼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갔다. 세상은 쿠키 없는 미래에 점차 적응했고, 시장은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평화는 길지 않았다. 인터넷의 신들은 결코 인간에게 안주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지각 변동의 진원지는 쿠퍼티노에 위치한, 거대한 과수원의 주인이었다. 애플(Apple)이었다.

애플은 이전부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워왔다. 그들은 IDFA에 ‘광고 추적 제한’ 옵션을 도입하며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보낸 바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iOS의 새로운 버전 업데이트와 함께,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ATT)’ 정책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정책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파괴적이었다.
“이제부터 모든 앱은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IDFA에 접근하기 전에, 반드시 사용자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구하는 팝업을 띄워야 한다.”

팝업의 문구는 애플이 직접 정했다.
“이 앱이 다른 회사의 앱 및 웹사이트에 걸친 당신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용하겠습니까?”

이 질문 아래에는 ‘추적 허용’과 ‘앱에 추적 금지 요청’이라는 두 개의 버튼만이 존재했다.

레오가 이끄는 광고 지능 팀은 즉시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실의 공기는 몇 년 전, 구글이 제3자 쿠키 지원 중단을 발표했을 때와 똑같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 엔지니어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제2의 쿠키 아포칼립스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저런 무서운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추적 금지’를 누를 겁니다. 사실상 IDFA를 사용하지 말라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웹의 세계에서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대안이라도 있었지만, iOS라는 거대한 섬에서는 IDFA가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그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iOS 앱 생태계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 앱 간 리타겟팅 불가: 의류 쇼핑 앱에서 본 상품을 뉴스 앱에서 다시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 전환 측정의 어려움: 광고를 클릭한 사용자가 실제로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이나 구매를 했는지 추적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 광고 수익 급감: 타겟팅과 성과 측정이 불가능해지면, 광고 단가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광고로 수익을 얻는 수많은 무료 앱 개발자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애플은 프라이버시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의 iOS 생태계 주위에 누구도 넘을 수 없는 더 높은 ‘벽’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팀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과거의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알렉스 부사장님은 쿠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었죠? 그분의 연대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레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는 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알렉스 부사장님의 연대기에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없습니다. 그분은 쿠키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DID와 IDFA라는 다리를 놓았지만, 이제 그 다리 중 하나가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입니다.”

그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굳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이것은 우리가 풀어야 할 우리 세대의 과제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써야 할 ‘프로그래머틱 광고 연대기’의 새로운 챕터입니다. 지금부터, IDFA 없는 iOS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냅시다.”

레오는 리더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위대한 역사를 따라가는 후배가 아니었다. 미지의 영역 앞에서, 팀의 미래를 책임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 개척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눈빛은 비장하게 빛나고 있었다. 새로운 연대기의 서막은, 그렇게 다시 한번 위기와 함께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