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텍스트의 재발견, 앱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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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7월 15일

애플의 SKAdNetwork는 iOS라는 거대한 섬을 거의 완벽한 고립 상태로 만들었다. 사용자 단위의 정밀한 타겟팅과 성과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광고주들은 iOS 캠페인 예산을 줄이기 시작했고, 앱 개발자들의 수익은 급감했다.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레오가 이끄는 광고 지능 팀은 과거의 역사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알렉스의 연대기 제55화, ‘컨텍스트 타겟팅의 귀환’이었다.

레오는 팀 회의에서 연대기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사용자를 추적할 수 없다면, 사용자가 있는 그 공간, 즉 콘텐츠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 이 원칙은 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앱과 TV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강력했다. IDFA를 이용한 사용자 추적이 막혔다면, 이제는 ‘앱 자체의 컨텍스트’를 더 깊이 이해하여 광고의 관련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생각해봅시다.” 레오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패션에 관심 있는 20대 여성’을 직접 타겟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가 지금 ‘보그(Vogue) 매거진 앱’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앱에 샤넬이나 디올 같은 명품 브랜드 광고를 노출시키면 됩니다.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가 있는 ‘공간’의 성격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관련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앱 컨텍스트 타겟팅’을 고도화하기 위해, 팀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1. 앱 카테고리 분류 고도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수백만 개 앱을 단순히 ‘게임’, ‘뉴스’ 같은 넓은 카테고리로 나누는 것을 넘어, AI를 이용해 각 앱의 설명, 사용자 리뷰, 콘텐츠 내용을 분석하여 훨씬 더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재분류했다. (예: ‘하이퍼 캐주얼 퍼즐 게임’, ‘장기 투자 전문 금융 뉴스 앱’)
  2. 인앱 콘텐츠 분석: 일부 제휴 앱에 한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현재 보고 있는 화면의 ‘컨텍스트’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뉴스 앱에서 ‘전기차’ 관련 기사를 읽고 있다면, 그 순간에 자동차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노력은 iOS 앱 광고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었다. 사용자 타겟팅만큼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광고주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광고가 전혀 관련 없는 곳에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컨텍스트 타겟팅의 부활은, 팀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또 다른 미개척지, 커넥티드 TV(CTV)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팀의 CTV 담당 엔지니어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레오, 이 방식은 CTV에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 CTV 환경은 애초에 개인 식별자가 없어서 사용자 타겟팅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IP 주소를 기반으로 한 부정확한 지역 타겟팅에만 의존해왔죠.”

“하지만 우리가 시청자를 타겟팅하는 대신, 시청자가 보고 있는 ‘콘텐츠’를 타겟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 ‘F1: 본능의 질주’ 같은 레이싱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타이어나 고급 자동차 광고를, ‘셰프의 테이블’ 같은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에게는 고급 주방용품 광고를 보여주는 겁니다. 시청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의 현재 관심사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CTV 광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팀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여, 실시간으로 시청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장르, 출연 배우, 줄거리 키워드 같은 ‘콘텐츠 메타데이터’를 입찰 요청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기술 표준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레오는 이 모든 흐름을 지켜보며, 기술의 발전이 때로는 거대한 순환의 형태를 띤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용자 추적 기술이 정점에 달했다가, 프라이버시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다시 가장 원초적인 방식인 ‘컨텍스트’로 회귀했다. 하지만 그 회귀는 단순한 퇴보가 아니었다. AI와 데이터 분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의 ‘나선형 발전’이었다.

IDFA의 종말이라는 위기는, 팀에게 웹뿐만 아니라 앱과 TV라는 더 넓은 세계에서 컨텍스트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가장 어두운 터널 속에서,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확실한 빛을 다시 찾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