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의 민주화
제96화
발행일: 2025년 07월 16일
검색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강화하는 동시에, 광고 지능 팀은 또 다른 거대한 흐름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의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의 부상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자신의 팬덤을 구축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이제 영향력은 소수의 거대 언론사나 방송국이 아닌, 수백만 명의 독립적인 크리에이터들에게로 분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광고주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그들은 이제 대형 미디어에 거액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대신, 자신들의 브랜드와 잘 맞는 수많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과 협력하여, 훨씬 더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잠재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명백한 ‘규모의 문제’가 존재했다.
P&G 같은 거대 광고주가, 수천 명의 틱톡커와 개별적으로 연락하여 협찬을 논의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며, 광고 콘텐츠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레오는 이 문제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IO(삽입 주문서) 시대의 비효율이, 크리에이터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이메일과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죠. 우리가 애드 익스체인지로 웹사이트 광고를 자동화했듯이, 이제는 ‘크리에이터 광고’를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자동화해야 할 때입니다.”
이 비전을 바탕으로, 팀은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이름하여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Creator Marketplace)’.
이 플랫폼의 목표는 명확했다. 브랜드(광고주)와 크리에이터를 기술을 통해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협업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 것이었다.
-
크리에이터 검색 및 매칭:
- 플랫폼은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채널 데이터를 분석한다. (콘텐츠 주제, 구독자 인구 통계, 시청자 참여도 등)
- 광고주는 마치 타겟 고객을 찾듯,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의 크리에이터를 검색하고 필터링할 수 있다. (예: ‘20대 여성이 주된 구독자이며, 뷰티 콘텐츠를 주로 다루고, 평균 영상 조회수가 10만 이상인 크리에이터’)
- AI는 광고주의 브랜드와 제품을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크리에이터를 자동으로 추천해주기도 한다.
-
캠페인 관리 자동화:
- 광고주는 플랫폼을 통해 수백 명의 크리에이터에게 동시에 캠페인 제안을 보낼 수 있다.
- 계약 조건, 콘텐츠 가이드라인, 대가 지불 등 모든 과정이 표준화된 템플릿을 통해 이루어진다. 더 이상 수백 개의 이메일과 계약서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
-
성과 측정 및 투명성:
-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콘텐츠(예: 유튜브 영상 속 제품 소개)를 통해 발생한 조회수, 클릭수, 그리고 실제 구매 전환까지 추적하여, 광고주에게 투명한 성과 리포트를 제공한다. 광고주는 어떤 크리에이터가 가장 높은 ROI를 기록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레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과거 알렉스가 개발했던 ‘생성형 AI’ 기술을 이 마켓플레이스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거대 광고주뿐만 아니라,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수많은 소상공인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고 싶어도, 그들에게 제공할 전문적인 광고 소재(영상, 이미지)가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의 아이디어는 ‘AI 기반 크리에이티브 협업 툴’이었다.
- 예를 들어, 동네의 작은 수제 빵집 사장님이 있다고 하자.
- 그는 마켓플레이스에서 자신의 가게 근처에 사는 음식 전문 크리에이터를 찾아낸다.
- 그리고 플랫폼의 생성형 AI 툴에, 자신의 빵 사진 몇 장과 ‘따뜻한, 갓 구운, 유기농 재료’ 같은 키워드를 입력한다.
- 그러면 AI는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영상이나 포스팅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세련된 광고 이미지나 짧은 홍보 영상 스크립트를 몇 초 만에 생성해준다.
이것은 ‘크리에이티브의 민주화’였다. 더 이상 전문 디자이너나 카피라이터를 고용할 수 있는 거대 기업만이 고품질의 광고를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AI 기술의 도움으로, 이제는 누구나 쉽게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레오의 팀은 이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며, 광고 기술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 과거에는 광고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광고 콘텐츠가 ‘생성’되고 ‘유통’되는 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더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중개자를 넘어, 기술의 힘으로 소상공인과 독립 크리에이터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기반을 닦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