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함수의 첫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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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5월 11일

에단은 거의 혼이 나간 상태로 연구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방금 겪은 악몽의 잔상은 끈질기게 그의 망막에 달라붙어 있었고, 사만다의 마지막 절규는 귓가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그의 온몸은 아직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복도 끝, 올리비아의 연구실로 비틀거리며 향했다. 문을 두드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거칠게 열어젖혔다. 늦은 시간까지 남아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올리비아는 갑작스러운 에단의 등장에 깜짝 놀라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에단! 무슨 일이에요? 얼굴이… 엉망인데!” 그녀는 그의 창백한 안색과 핏발 선 눈, 그리고 온몸에서 풍기는 극도의 불안감을 즉시 감지했다.

에단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 그는 올리비아의 팔을 붙잡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봤어… 올리비아. 내가… 봤어.”

“뭘 봤다는 거예요? 진정해요, 에단!” 올리비아는 그를 부축하며 의자에 앉혔다.

에단은 횡설수설하며 방금 전 센서 테스트에서 감지한 인공적인 양자 요동 신호와, 그 직후 겪었던 끔찍한 악몽에 대해 털어놓았다. 피투성이 사만다의 모습, 그녀의 절규, 사고가 아니었다는 섬뜩한 말까지. 그의 목소리는 공포와 혼란으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에단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깊이 우려하면서도, 그의 이야기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인공적인 양자 요동’ 신호에 대한 부분은 그녀의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만약 에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자 동시에 가장 끔찍한 재앙의 시작일 수도 있었다.

“에단, 당신이 본 건…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신호 데이터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그녀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센서 로그는 남아있죠?”

에단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는 에단을 진정시키고, 그의 연구실로 가서 센서의 로그 데이터를 확보했다. 데이터 파형은 에단의 말처럼 비정상적이었다. 미약하지만, 명백히 자연적이지 않은 패턴. 이것이 정말로 지적 존재의 신호라면…? 올리비아는 불안감에 마른 침을 삼켰다.

한편, 에단의 연구실에서 멀지 않은 곳. 엘라나는 자신의 숙소에서 소형 통신 장치를 통해 상관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평소의 냉정함 대신 미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에크릴 님, 보고드립니다. 대상 에단 리브스가 마침내 '접촉'에 성공했습니다. 좌표 XXX-XXX-XXX에서 인공적인 양자 요동을 감지했고, 그 직후 강력한 정신적 반향을 경험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 장치 너머에서 형체 없는 순수 에너지체, 에크릴의 의식이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성별이나 감정을 특정할 수 없는, 깊고 고요한 파동이었다.

<인간의 ‘의식적 관측’ 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의 양자적 은폐망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군.>

“그렇습니다. 특히 대상은 단순한 관측을 넘어, 강한 감정적 동요를 통해 파동 함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것이 사만다 리브스의 잔존 의식과 공명하여 발생한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엘라나가 분석 결과를 덧붙였다.

<흥미롭군. 하지만 위험한 변수다. 레이셀은 뭐라고 하던가?>

“레이셀은 이것을 인류의 공격적인 잠재력의 증거로 보고 있으며, 더 강력한 개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엘라나의 목소리에 희미한 망설임이 스쳤다. 에단의 고통과 집착,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인간적인 연약함이 그녀의 계산적인 판단을 흔들고 있었다.

<흐음… 일단 상황을 더 주시하도록. 섣부른 개입은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통신이 끊어지고, 엘라나는 잠시 창밖의 어두운 밤하늘을 응시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복잡한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인류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 그들의 파괴적인 잠재력과 동시에 느껴지는 기묘한 매력. 그녀는 자신의 임무와 새로이 느끼기 시작한 감정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대학 연구실.

릴리는 어머니의 메모가 가리킨 ‘빈 공간’의 좌표에 대해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그녀는 머서 교수의 도움을 받아 대학의 보안 등급이 높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오래된, 거의 잊혀진 우주 탐사 기록들을 뒤지던 중, 그녀는 마침내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프로젝트 오디세우스’.

수십 년 전 극비리에 진행되었던 심우주 탐사 프로젝트였다. 공식 기록에는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통신 두절 및 프로젝트 실패’로 종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릴리가 찾아낸 숨겨진 로그 파일에는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프로젝트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탐사 목표 지점. 그것은 바로 릴리가 어머니의 메모에서 발견한 그 ‘빈 공간’의 좌표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록된 통신 내용은…

[오디세우스 최종 교신 기록 발췌]

…이럴 수가… 거대해… 좌표 지점 도착. 예상했던 이상 현상 확인.

하지만… 이건… 이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야… 마치… 살아있는…

아냐, 이건… 아아악! 우리를… 보고 있어! 저것들은… 우리를 보고 있어!

이것은 함선이 아니라… 거대한… 눈이다! 눈!!! 통신 두절… 크르르르르 츠츠츠츠츠 쉬이이이이익 파앙 크라아아악

릴리는 화면에 나타난 마지막 교신 기록을 읽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눈? 어머니가 남긴 좌표에…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섬뜩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이상한 이론, 그리고 이 잊혀진 프로젝트의 끔찍한 마지막 기록.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로 연결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