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감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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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05월 20일

코바치의 지하 요새에서의 첫날밤은 길고 불안했다. 최고급 침대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았다. 완벽하게 통제된 공기, 인공적인 정적, 그리고 창문 하나 없는 벽 너머 어딘가에서 자신들을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을 감시 카메라의 렌즈를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금빛 새장이지만, 창살은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했다.

날이 밝자, 각자의 역할이 시작되었다. 물론 이곳에서는 인공조명이 시간을 알려줄 뿐이었지만.

에단은 코바치가 제공한 꿈의 연구실에 들어섰다. 홀로그램 인터페이스, 최첨단 물질 분석기, 그리고 그가 구상했던 차세대 퀀텀 공명 센서 제작에 필요한 모든 부품과 장비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탐욕스러운 아이가 사탕 가게에 들어선 듯, 그는 잠시 이 모든 것을 잊고 연구에 몰두하려 했다.

하지만 그 몰입은 오래가지 못했다. 코바치 측에서 파견된 연구원들이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들은 예의 바르고 유능했지만, 그들의 질문은 집요했고 도움의 손길은 교묘한 감시처럼 느껴졌다.

"박사님, 이 센서의 양자 얽힘 안정화 알고리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진행 상황 데이터는 중앙 서버에 실시간 백업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들의 미소 뒤에는 에단의 지식과 기술을 빨아들이려는 차가운 흡반이 숨어 있는 듯했다. 에단은 제공된 자원의 달콤함과 감시의 족쇄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시작했다. 그의 손은 다시 술병 대신 연구 도구를 잡았지만, 갈증은 여전했다.

릴리는 거대한 양자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인터페이스 위를 날아다니자, 화면에는 우주의 심연을 닮은 복잡한 데이터 패턴들이 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어머니가 남긴 좌표, 그 ‘빈 공간’에 숨겨진 네트워크의 구조를 파헤치는 작업. 그녀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연산 능력에 힘입어 빠르게 실체에 접근하고 있었다. 네트워크는 단순한 통신망이 아니라, 어쩌면 다중 차원과 연결된 거대한 의식의 집합체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보이지 않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이 강력한 양자컴퓨터의 모든 연산 과정이 코바치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녀는 핵심적인 데이터나 분석 결과는 자신의 개인 단말기에 분산 저장하며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 거대한 감옥 안에서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또 다른 종류의 침입이 시작되었다.

잠결에 그녀의 의식 속으로 차가운 속삭임이 스며들었다. ‘네 탓이야… 네가 교수를 죽였어…’ 머서 교수의 마지막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피에 젖은 얼굴, 공포에 질린 눈동자. ‘나약한 것… 결국 너도 네 손목을 긋던 그때처럼 도망칠 뿐이지….’ 날카로운 칼날의 감촉과 함께 잊고 싶었던 자해의 충동이 섬광처럼 그녀를 덮쳤다.

“으… 아악!” 릴리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악몽이 아니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의도적으로 그녀의 가장 깊은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정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시설 외부에서, 그녀의 정신 방벽을 뚫고 들어오는 원격 공격. 레이셀. 그녀의 짓임이 틀림없었다.

올리비아는 자신의 숙소에서 필사적이었다. 그녀는 코바치 시스템의 보안 허점을 찾거나 그의 진짜 목적에 대한 단서를 잡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코바치가 구축한 보안망은 철옹성이었고, MI6 요원들의 감시까지 더해져 그녀의 활동은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그녀는 에단과 릴리가 점점 더 깊은 함정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편, 엘라나는 이 모든 상황을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코바치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시스템 네트워크 구조를 분석하는 척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동시에, 그녀는 릴리에게 가해지는 미묘한 정신 공격의 파동을 감지했다. 레이셀. 그녀의 무모하고 잔인한 방식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엘라나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그녀는 레이셀의 공격을 막아야 할까? 아니면 이 또한 인류의 반응을 관찰할 데이터로 삼아야 할까? 그녀의 임무와 새로이 싹트는 인간적인 감정 사이의 균열이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코바치의 강철 새장 안. 풍족한 자원과 함께 보이지 않는 감시와 외부의 위협이 동시에 그들을 옥죄어오고 있었다. 특히 릴리를 향한 레이셀의 잔인한 정신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평온한 표면 아래, 팽팽한 긴장감과 심리적 공포가 수면 아래의 빙산처럼 서서히 그 거대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