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아래의 재시작
제7화
발행일: 2025년 05월 08일
밤새 들이킨 위스키의 잔향 대신, 싸늘한 각성이 에단의 머리를 지배했다. 제이크 허드슨의 비밀스러운 속삭임. NASA가 확인한 양자적 깜빡임 현상. 그의 이론은 더 이상 외로운 망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검증된, 그리고 끔찍할 정도로 위험한 현실이었다.
에단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지럽게 널린 술병과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구겨진 논문들을 정돈하고, 흩어진 데이터 파일들을 정리했다. 움직임은 여전히 불안정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강렬하고 위태로운 빛이 서려 있었다. 어제의 발표 실패 따위는 이제 사소한 문제였다. 더 거대한 진실이 그의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는 곧장 올리비아에게 연락했다.
"올리비아, 잠시 내 연구실로 와 주겠소?"
잠시 뒤, 올리비아는 에단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불안한 마음으로 들어서자 그곳은 예상과 달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에단은 여전히 지친 모습이었지만, 어제와는 다른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거예요? 어제 그 난리 후에?" 올리비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에단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 대한 깊은 걱정이 담겨 있었다.
에단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내 이론이 맞아, 올리비아. 증거가 있어.”
“증거라니요? 설마 어제 그…”
“아니, 그 이상이야.” 에단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는 제이크의 이름이나 NASA를 직접 언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에단은 자신이 최근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특정 미확인 우주 신호가 ‘관측할 때만’ 뚜렷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암시적으로 전달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광적인 확신이 서려 있었다.
올리비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에단의 이론을 지지했지만, 그것이 정말로 현실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에단의 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그리고 ‘비공식적 경로’라는 말이 암시하는 것이 NASA나 그에 준하는 기관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 짐이 그녀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
“맙소사, 에단…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올리비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과학자로서의 지적 호기심과, 그 진실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두려움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에단의 퀭한 눈을 바라보았다. 저 눈빛은 미친 걸까, 아니면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것일까.
“…뭘 하면 되죠?” 결국 그녀는 한숨과 함께 물었다. 에단의 불안정한 상태는 여전히 걱정스러웠지만, 이 엄청난 가능성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때, 에단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알 수 없음’이었다. 그가 망설이며 전화를 받자, 익숙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리브스 박사님, 잠시 댁으로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제 안개 속에서 만났던 그 정장 차림 남자의 목소리였다.
에단이 거절할 틈도 없이 통화는 끊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연구실 문을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울렸다. 문 앞에는 어제 보았던 남자가 서 있었다. 자신을 빅터 할로우라고 소개했다. 그의 손에는 MI6, 영국 비밀정보부 요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 들려 있었다.
“박사님의 연구, 특히 양자 관측 이론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할로우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시선은 에단의 연구실 안 구석구석을 훑는 듯했다. “이에 따라, 저희는 박사님께 필요한 ‘보호’를 제공하고, 연구에 대한 ‘협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보호와 협력. 그 단어들은 에단의 귀에 ‘감시’와 ‘통제’로 들렸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그는 미지의 외계 존재뿐만 아니라, 자국의 정보기관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저항할 수 있을까? 아니, 저항할 힘이 그에게 있을까?
한편, 대학 연구실.
릴리는 머서 교수의 지도 아래 양자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과 기하학적인 패턴들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가 남긴 그 암호 같은 메모지의 기호들을 스캔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했다. 그리고 그것을 최근 관측된 우주 배경 복사의 미세 변동 패턴과 비교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주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화면 속의 데이터와 그녀의 의식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녀는 마침내 메모지의 특정 기호 배열이, 알려진 우주 신호 패턴 중 하나와 놀랍도록 유사한 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건…?”
릴리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화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무언가 중요한 실마리를 잡은 듯한 예감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분석에 더욱 몰두하며 소매를 무의식적으로 걷어 올렸다.
그 순간, 그녀의 왼쪽 손목 안쪽에 새겨진, 하얗게 아물었지만 여전히 선명한 여러 개의 선이 형광등 불빛 아래 드러났다. 과거의 고통이 남긴 지워지지 않는 흔적. 릴리는 그것을 잠시 응시하다, 다시 굳은 표정으로 화면 속의 데이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에게는 그 어떤 고통보다 더 중요한 찾아야 할 진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