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ct Conf 준비와 동시에, 또 다른 중요한 작업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React 19의 공식 릴리스를 알리는 블로그 포스트의 작성이다. 이 포스트는 npm에 19.0.0 버전이 배포되는 순간,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가장 먼저 공개될 React 팀의 공식적인 첫인사였다.
포스트의 집필은 React Core Team의 주요 멤버들이 공동으로 맡았다. 이것은 단순한 공지사항이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의 여정을 집대성하고, React 19가 담고 있는 철학과 비전을 명확히 전달해야 하는, 한 편의 선언문과도 같았다.
초안의 첫 문장은 여러 번 고쳐 써졌다.
“오늘, 우리는 React 19를 공개합니다.” 라는 건조한 문장 대신, 팀은 더 큰 맥락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웹 개발은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그리고 오늘, React 역시 가장 큰 진화의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포스트의 구조는 컨퍼런스 기조연설의 흐름과 맥을 같이했다. 먼저, 현대 웹 애플리케이션이 직면한 공통적인 문제들, 즉 클라이언트 중심 아키텍처의 한계를 언급하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React 19의 핵심 기능을 단순 나열하는 대신, 그것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 서버와의 새로운 관계: 서버 컴포넌트와 Actions가 어떻게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경계를 허물고, 개발자가 두 세계를 하나의 언어로 다룰 수 있게 해주는지 설명했다.
- 끊김 없는 사용자 경험: 동시성, Suspense, Transition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데이터 로딩과 UI 업데이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벅임과 깜빡임을 제거하는지를 ‘셰프의 비유’를 들어 풀어냈다.
- 개발의 단순함:
use훅, 개선된 폼 처리,forwardRef제거 등 개발자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크고 작은 개선점들을 소개하며, React가 여전히 개발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포스트의 모든 단어에는 신중한 고민이 담겼다.
‘혁명’이라는 단어 대신 ‘진화’라는 단어를 택했다.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반 위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더 쉬워졌다’고 말하는 대신, ‘React가 복잡성을 책임진다’고 표현했다. 새로운 개념을 배워야 하는 개발자들의 노력을 존중하면서도, 그 변화의 궁극적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부분은 ‘감사의 말’ 섹션이었다. 팀은 이 모든 성과가 결코 자신들만의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React 19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이 모든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준 Next.js 팀, 카나리 버전을 용감하게 테스트하고 귀중한 피드백을 보내준 수천 명의 커뮤니티 개발자들, 그리고 깃허브에서 버그를 리포트하고 토론에 참여해준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초안이 완성되고 팀 전체가 함께 리뷰하는 시간. 화면 속 스크롤이 천천히 내려갔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지날 때마다, 팀원들의 얼굴에는 지난날의 고생과, 마침내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벅찬 감정이 교차했다.
이 블로그 포스트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React 19라는 거대한 배의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이자, 그 배에 함께 승선한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였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편지를 세상에 띄울 그날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