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GL, 그 이름의 탄생.

152025년 08월 10일4

구글 대표의 질문은 회의의 핵심을 꿰뚫는 것이었다. 저수준 API의 강력함과 그에 따르는 위험성. 블라디미르는 이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다.

“훌륭한 지적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표준’을 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우리는 OpenGL의 모든 것을 무방비 상태로 웹에 노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웹 환경에 맞게, 안전이 보장되는 명령어들의 ‘부분 집합(Subset)’을 정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파일 시스템에 직접 접근하거나 메모리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위험한 기능들은 원천적으로 제외해야 합니다. 모든 명령어는 브라우저라는 강력한 필터를 거쳐야만 GPU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의 논리에 애플의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플은 보안과 사용자 경험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회사였다. 플러그인에 대한 그들의 오랜 불신은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블라디미르의 ‘플러그인 없는 네이티브 방식’은 그들의 철학과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개발 편의성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라디미르는 말을 이었다. “저수준 API가 복잡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표준의 역할이 아닙니다. 표준은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기반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 위에, Three.js나 Babylon.js 같은 훌륭한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들이 등장하여 개발자들이 더 쉽게 3D를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우리는 기초를 다지고, 커뮤니티가 그 위에 집을 짓게 해야 합니다.”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하나의 회사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닫힌 상자’가 아니라, 모두가 동의하는 강력한 기반 위에 자유로운 생태계가 피어나는 것. 그것이야말로 웹이 언제나 추구해온 방식이었다.

회의장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페라 소프트웨어의 대표는 모바일에서의 성능 문제를 제기했고, 엔비디아와 AMD 같은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각기 다른 GPU 아키텍처에서 동일한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논쟁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블라디미르의 ‘Canvas 3D’ 아이디어는 거인들의 검증 아래 조각나고, 재조립되고, 다듬어졌다. 그것은 더 이상 블라디미르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테이블에 앉은 모두의 지혜와 우려가 더해져 점점 더 단단하고 정교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었다.

마침내, 오랜 토론 끝에 회의의 의장이 모두의 의견을 정리했다.

“좋습니다. 오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우리는 웹 브라우저를 위한 새로운 3D 그래픽스 표준의 필요성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플러그인이 아닌, HTML 캔버스 요소를 기반으로 한 네이티브 API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크로노스 그룹은 오늘부로, 이 새로운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공식 워킹 그룹(Working Group)의 출범을 승인합니다.”

회의장에 있던 모두가 박수를 쳤다. 블라디미르도 함께 손뼉을 치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그의 작은 아이디어가 마침내 공식적인 프로젝트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의장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워킹 그룹과 우리가 만들 표준의 이름은 무엇으로 하면 좋겠습니까? ‘Canvas 3D’는 좋은 프로토타입 이름이지만, 공식 표준명으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적절한 이름을 고민했다.
그때, 블라디미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기술의 본질은 ‘웹을 위한 OpenGL’입니다. 그렇다면… WebGL은 어떻습니까?”

Web + GL (Graphics Library).

단순하고, 명료하며, 기술의 핵심을 정확히 담고 있는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회의장에 있던 모두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WebGL. 아주 좋습니다.”

의장이 망치를 두드리듯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2009년 크로노스 그룹의 한 회의실에서, 웹의 역사를 바꿀 이름이 탄생했다.

개인의 프로젝트였던 ‘Canvas 3D’는 이제 죽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전 세계의 거인들이 함께 만들어갈 위대한 표준, ‘WebGL’이 공식적으로 그 첫 숨을 내쉬었다. 제1부의 막이 내리고, 표준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전쟁이 시작될 제2부의 서막이 올랐다.